나를 숨 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 - 김이나

미생 note 2020. 6. 4. 12:03

김이나 작가는 세 가지 방향으로 단어들을 수집했다. 관계, 감정, 자존감이 그것이다. 익숙한 단어에서 지난 기억을 소환하고 지금의 순간을 생각하게 할 뿐만 아니라, 단어 고유의 특성과 의외성을 발견하는 그녀의 시선은 매우 신선하고 흥미롭다.


  첫 번째 ‘관계의 언어’는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단어를 소개한다. 소통의 도구인 언어가 오해의 빌미로 전락하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목격하는데, 당연하게도 그것은 언어가 가진 한계이자 잘못된 관계 정립에서 비롯된다. 불특정 다수와는 정당한 관계가 성립되기 힘들다. 내 의도와 달리 악성 댓글과 험담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소통을 기대하기보다는 ‘대충 미움받는 것’으로 마음을 정리하고, 나를 잘 알고 인정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편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과 ‘선을 긋는 일’은 중요하며 상대와 멀어지기 위함이 아닌 더욱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기 위한 것임을, 숨기고 싶은 ‘상처’는 서로의 아픔을 깊이 살펴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내포되어 있음을 이야기하며 ‘관계’에 대한 그녀만의 생각을 전한다.

보통의 언어들
국내도서
저자 : 김이나
출판 : 위즈덤하우스 2020.05.27
상세보기


  두 번째 ‘감정의 언어’는 단어가 지닌 특유의 감각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그녀의 표현력을 엿볼 수 있다. ‘찬란하다’에서의 실제 발음인 ‘찰-란’은 햇살이 닿은 물결의 느낌으로, 풍경만이 존재하는 단어라 말하고, ‘슬프다. 서럽다. 서글프다’ 각각이 지닌 감정의 결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간지럽다’는 행복과 고통이 연결된 단어로 정의한다. 너무나 익숙해서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그 단어들의 색다른 모습들이 선명하게 다가와 상상의 여백을 만들어준다.
  세 번째 ‘자존감의 언어’는 나의 삶의 방식과 태도를 성찰하게 만드는 단어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김이나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매우 솔직하게 서술되어 있다. 좋아하는 것에 이끌리는 과정에서 작은 목표를 이뤄가는 ‘꿈’의 시작점과 ‘살아남다’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비참하고 치열했던 순간들. 그리고 ‘쳇바퀴를 굴리며’ 성실하게 일상을 채워나가고 있는 지금까지…. 성공한 작사가로서 보이는 화려한 모습 이면에 고단하고 혹독한 생존의 과정을 가감 없이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Radio record’에는 라디오 <김이나의 밤편지>에서 했던 그녀의 주옥같은 멘트들이, ‘Lyrics’에는 시중에 발표되지 않은 노랫말이 실려 있다. 마치 독자에게 다가와 살며시 말을 거는 듯한, 그녀의 습작 노트를 몰래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 책소개 中

이 책을 통해 단어를 숨쉬게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를...